또 하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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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보천리 댓글 0건 조회 2,691회 작성일 18-05-23 16:01본문
또 하나의 만남
남의 일로만 여겼었는데 나도 어느새 ‘노인복지관 인생’이 되어 가고 있다.
복지관 출입이 근래 새로운 재미로 다가오고 있으니 짐짓 놀랍기도 하다.
그 곳은 하릴없는 노인들의 놀이터로만 알았었는데 내발로 찾아가다니.
최근 용인시 기흥노인복지관을 자주 찾게 되니 복지관이 차츰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잘 지어진 건물, 거기에 드나드는 노인들의 모습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려가지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색하기 만 하던 처음과는 달리 나도 제법 드나드는데 익숙해졌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나가고 있는 초년병이지만 어느 날
매일 출근(?) 하는‘복지관 고참’이 될지도 모르겠다.
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에 힘입은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린 때문인 성 싶다.
‘백세 시대’에 걸 맞는 정책이자 바람직한 현상이다.
복지관은 평생교육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노인의 정신건강과 육체적 건강에도 큰 도움을 주어 이용자 개개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평안을 가져다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용하는 노인복지관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완벽한 냉난방에 더운물, 찬물 마음대로인 정수기시설에 자판기 까지.
화장실은 비데장치가 있고 깨끗하기는 우리 집 보다 낫다.
위생적인 구내식당에 값싸고 좋은 음식. 자원봉사자의 아름다운 배식서비스는
만점이다. 그런 때문인지 점심시간은 만원이다.
안마시설, 바둑, 장기, 당구, 포켓볼, 탁구장, 멋진 인테리어로 꾸민 휴게실,
커피숍에서는 아주 싼값으로 고급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
직원들의 상냥한 미소는 금상첨화다.
노인복지관은 훌륭한 평생학습장이자 ‘실버대학’이다.
‘인생대학원’이며 새로운 만남의 장소다.
컴퓨터, 스마트폰교육에서부터 영어, 일어, 중국어, 서예, 그림, 노래교실,
에어로빅, 고전무용, 하모니카등 수 십 가지의 교육프로그램은 알차다.
그 곳은 사회에서 은퇴한 어른들의 제2의 활동무대이자 놀이터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의 멋진 피난처(?)이자 안식처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듣는 현장이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의 너무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나는 올해 들어 매주 월요일 컴퓨터와 시사영어강의를 듣고 있다.
특히 영어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다.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그 두 시간은 짧게 여겨지기도 한다.
영어수강은 우연한 기회로 비롯했다.
어느 날 게시판에서 시사영어특강이 있다는 알림을 보았다.
서울 명문대출신으로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곳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은퇴한 분의 강의였다. 그 분의 ‘재능기부’라고 적혀 있었다.
무료 봉사인 셈이다. 그분의 시범강의는 훌륭했다.
수강생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5월부터 ‘노인 학생’들의 적극적 추천으로 복지관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만남의 시간은 비롯됐다.
경상도 사투리가 유창한(?) 거구의 교수는 에너지가 넘쳤다.
무엇보다 자신의 강의를 스스로 즐겼다.
본인이 좋아해서 재능기부로 시작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두 시간 강의 시간이 짧은 것을 아쉬워했다.
한마디로 열정이 강의실에 가득 넘치게 했다.
그는 스스로 “내 발음은 엉망이니 따라 하지 마시라”고 잊을 만하면 강조했다.
그 좋지 않은 발음 때문에 교수 초기에 엄청 고생했다고도 털어놓아가면서.
그러니 교재의 발음은 인터넷에 있으니 그것을 들어보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경상도라 발음은 영 자신이 없으니 흉볼 처지도 아니다.
그러나 교수의 발음은 조금 거시기 한 것은 맞다 고 해야겠지?
거의가 일흔 고개를 넘긴 수강생들이 지금 무슨 원어민 발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 흉내 낼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와서 그 굳은 혀를 어찌 하겠는가. 자기 발음은 무덤까지 갖고 가야지.
그의 열정적 수업자세와 그 강의 내용의 부연 설명에 빠져 드는 것 만 으로도
보상받고도 남는 것을. 나는 그의 부연 설명이 더 재미있다.
그가 “또 옆길로 빠지는데..”해가며 들려주는 유머와 구수한 입담이 말이다.
나는 이 교실에서 처음 알게 된 다른 수강생 두 분과 교수님과 함께 수업이
끝나면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것은 나의 새로운 만남이다. 새로운 즐거움이다.
그것은 복지관 가는 날을 기다리게 한다.
人生到處에 有上手고 三人行에 必有我師라고 했던가.
복지관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모두가 나의 스승이자 상수임을 깨닫는다.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일가견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나는 내 또래들에게 무림의 숨은 고수 만나기를 거듭 권해볼 참이다.
“허구한 날 ‘그 얼굴에 그 얘기’로만 시간 보내지 말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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